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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한국 농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제와 제언

기사승인 2024.09.25  17: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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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선옥 충남대학교 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교수

【전문가 기고】 한국 농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제와 제언 
                   - 정선옥 충남대학교 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교수
                    ((사)한국정밀농업학회장/(사)한국농업기계학회 부회장)

데이터 기반 지능형 서비스 협업 강화해야
민간기업 복합환경제어 통합운영 사실상 어려워···국가기관이 나서야
농산업 변화에 맞는 ICT·AI 인력양성·법과 제도정비 시급히 서둘러야

■농업의 변화와 농산업의 범주 확장
우리가 오랫동안 사용해오고 있는 ‘농지 기반의 작물재배를 통한 식량생산’이라는 ‘농업’ 정의의 전통적인 틀만으로는 점차 다양해지고 융복합하는 현상을 표현하거나 미래를 전망하기 쉽지 않다. 식량생산 장소, 방식, 최종산물 등이 기존의 틀을 깨는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농업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의할 것인지, 농업의 주체인 농업인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농산업의 범위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등이 다양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농업에서 다양화 및 융복합이 진행됨에 따라 농업의 전후방 산업을 일컫는 ‘농산업’의 범주 또한 크게 확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노지 및 시설 스마트농업의 사례에서 보이듯이 센서, 구동제어기, 빅데이터, 인공지능, 통합소프트웨어 기술이 농업에 적용되고 있다. 전기, 전자, 컴퓨터공학 등 농업 외 분야에서 활동하던 산업체들이 농업으로 진출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다양한 지원정책을 통해 농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산업 업체들의 국내외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외국산 제품을 홍보하거나 수입업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신중하게 되짚어 보아야한다. 또한, 농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제들이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농업의 다양화 및 기술 융복합
농업생산이 가장 큰 변화는 작물생산의 medium(양분 매개체)으로 흙이 아닌 다른 인공배지를 사용하거나 아예 양액만으로 재배하는 것이다. 뿌리가 양액에 일정부분 잠겨있게 하거나, 양액을 주기적으로 분무해 재배하기도 한다. 따라서 농경지가 아닌 시설에서 작물을 생산하고, 이러한 시설이 농촌이 아닌 곳에 위치할 수 있다. 시설재배 중에서 건물 안에서 공장형태로 환경을 제어하며 재배하는 ‘식물공장’, 동일 면적에 아파트처럼 다단으로 재배하는 특수형태의 ‘수직농장’ 등이 등장하고 있다. 폐건물 또는 노후건물 등 도시의 유휴공간을 사용하거나 아파트 옥상, 식당 등 일부공간에서 ‘도시농업’이라는 이름으로 작물이 재배되고 있다. 축산 또한 밀폐된 건물에서 환경을 제어하며 동물을 기르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고기 또한 식물 성분을 사용하거나 동물 세포를 배양한 ‘인공고기’가 대체육으로 등장하고 있다. 곤충을 가공해 식량이나 건강보조제품으로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그야말로, 식량을 생산한다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어디까지가 농업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농업생산 방식이 다양화됨에 따라 필요한 다양한 기술들이 융복합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ICT농업, 로봇농업, 스마트농업 등 다양한 정책목표를 제시하고 정책을 시행하며 이러한 농업생산 방식의 변화와 기술융복합을 권장하기도 한다. 시설원예나 시설축산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센서, 구동기, 제어장치, 운영소프트웨어가 사용된다. 더구나 최근에는 무선통신,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원격 모니터링 및 제어를 위한 기술들이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융복합은 식량생산을 위한 노동력의 양과 질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고, 기후변화로 기존의 농경지와 날씨에 의존하는 농업이 위협받고 있어 안정적 식량생산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시설농업 뿐 아니라, 논농사, 밭농사, 과수농사 등 노지농업 또한 다양한 기술을 융복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드론을 활용해 영상을 촬영하고 분석해 작물 스트레스를 파악하거나 수확량을 예측하기도 한다. ‘농산업’을 농업생산을 위한 전후방 산업으로 정의할 때, 농산업의 범위와 농산업 업체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농산업의 과제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
농산업의 범위가 확대되고 기존에는 농업분야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않았던 기업들이 농업에 진출하고 있다. 대기업도 식물공장을 시작하기도 하고, 스마트농업을 위해 중소규모 창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농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판단하기도 힘들며, 대부분의 농산업 기업들이 성공하지 못하고 문을 닫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시설원예를 위한 LED 관련 기업들이 다수 진출했으나 지금까지 사업을 유지하는 기업이 거의 없는 현실이다. 우리나라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와 농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과제와 해결방안이 있겠지만 우선 시급한 몇 가지에 대해 검토해 본다.
△ICT 기자재 적용 : 첨단농업에는 많은 ICT 요소들이 적용되고 있으나, 센서, 무선통신 기자재는 대부분 농업 외 분야에서 사용되던 기자재들이 곧바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농업현장은 온도와 습도가 높고, 먼지가 많아 일반 산업분야보다 전자기기들의 적응성이 취약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기능을 발휘할 수는 있겠지만 내구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스마트농업을 위해서는 다양한 ICT기자재들이 서로 소통하고(connected) 통합운영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업체마다 별도의 인터페이스가 구현돼 있어 상호연결성과 호환성이 미흡한 현실이다. 통합운영, 복합환경제어 등의 실현이 오랫동안 추진됐지만 업체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있어 농업현장에서는 다수의 기자재들이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자재들의 효율적 활용에 있어서도, 어떠한 센서나 구동기들을 어디에 몇 개를 설치하는 것이 최적인지에 대한 부분도 신중하게 검토되지 않고 있다. 산업체들이 자발적으로 호환성과 상호연결성을 담보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공공기관의 임무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같은 기관에서 스마트농업에 사용되는 다양한 기자재들의 현장적용성을 높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성능에 대한 시험 및 평가 수행은 큰 의미가 있으며, 향후 더욱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다.
△데이터기반 지능형 서비스 : 4차산업 혁명시대의 꽃은 데이터 기반 지능형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농업 등 첨단농업에서도 센서 등 ICT 기자재로부터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를 글로벌 수준의 기업이 아니라면 개별 산업체나 농가에서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가공하고,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하고, 농작업에 활용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향후 스마트농업을 추진하면 할수록 이러한 숙제는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임무를 누가 담당하고,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들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새로운 기관을 신설할 수도 있을 것이고, 기존의 기관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각 도 농업기술원,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이러한 임무를 나눠 담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및 운영, 데이터 가공 및 지능형 서비스 제공, 시설 및 동식물 모델 적용 등을 위해서는, 현재의 틀보다는 매우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농산업 변화에 맞는 인력 : 그렇다면 ICT 기자재 적용 및 활용, 데이터기반 지능형 서비스 등 첨단농업을 위한 농산업 인력은 충분한가? 어떠한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조차 파악되거나 제시되거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학자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첨단농업의 특성상 공학적인 부분이 강조되지 않는다면 선진국의 핵심기술을 추격하거나 추월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인력양성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고등학생, 대학생, 대학원생 교육뿐 아니라 현장인력 교육의 부재도 심각한 수준으로 시급하게 준비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자격증의 도입과 함께, 일자리 창출과 취업 촉진을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법과 제도 정비 : 농업은 투입에 대한 결과물이라는 단순한 경제적인 이득보다는 식량안보를 비롯한 공익적 효과가 더욱 크다. 농산업 과제 해결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부분보다 중요한 핵심이다. 기존의 농업, 농업인, 농산업의 정의와 범위는 새로운 농업과 농산업의 변화를 충분히 감당하고 있는지, 아니면 일정 부분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지 면밀하게 따져보고,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수정∙보완해야 할 것이다.

우리 환경에 맞는 융복합 노력이 필요
농업의 방식과 모습이 점차 다양화되고 융복합되고 있으며, 이러한 방향성은 세계적인 추세를 보더라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자세는 외국의 우수한 사례를 도입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기자재를 수입하고 외국인 노동자가 농사를 짓는다면 어디에 우리나라 농업의 의미가 있는가? 우리의 것으로 만들고, 우리의 환경에 맞도록 융복합하고, 우리만의 데이터와 지능형 서비스로 농사를 지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농업이, 농산업이 선진국의 영원한 추격자가 아니라 선진국을 추월하여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리더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농업이 식량생산을 넘어 농업농촌의 지속성과 국민의 생활에 깊숙이 파고드는 산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의 틀을 벗어난 유연한 사고와 과감한 실행력이 필요하다.

농축산기계신문 webmaster.alnews@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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