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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8주년 기념 특별대담] 한국 농산업의 현주소, 과제와 전망!

기사승인 2024.09.25  17: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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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수진작 위한 정책지원이 가장 필요해”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농산업 전반이 신음하고 있다. 높아진 경영비와 고금리, 빈번한 자연재해로 농가의 경영규모가 줄어들고 있고, 농업의 전후방 산업인 농기계산업은 수출부진과 내수부진이 장기화되며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이에 더해 기술력과 자본을 가진 농산업 선진국의 내수잠식은 본격화되고 있는 추세다. 또한, 규모와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부품은 이미 우리 제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래 농업을 밝혀줄 것으로 믿었던 스마트농업, 디지털농업의 기대효과는 그리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급변하는 농산업 환경변화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는 것이 좋은지 정상진 본지 발행인과 농업경제학 분야 석학이자 현재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촌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창길 박사와의 대담을 통해 우리 농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내수진작 위한 정책지원이 가장 필요해”

수출둔화·내수부진 등의 장기침체···역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
기후변화·지역소멸 대비해야, 농산업 디지털 전환 지속 노력해야

정상진 발행인 : 우리 농산업체가 체감하는 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있어 걱정이다. 농기계 제조업체들은 지금이 코로나 때보다 경기가 더 좋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지난해 농기계수출은 약 15억3000만 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12.2% 줄었고, 내수시장은 정부융자실적 기준으로 8426억원으로 15%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감소세는 올해 더 심화되고 있다. 이에 더해 경영환경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오르기만 하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로 제품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고,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과 잦은 비도 영업활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


김창길 박사 :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기업경기심리, CBSI 지수는 90.9로 경기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기업 체감경기가 낙관적이지만 밑돌면 그만큼 비관적이란 뜻이다. 이는 우리 농산업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중소 제조기업와 내수기업이 느끼고 있는 체감경기라는 뜻이다. 특히 농업인을 상대로 해야 하는 농기계 제조업체의 경우에는 농가의 경제사정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되는데 농가경영이 나아지질 않고 있다. 값싼 수입농산물은 늘어나고 있고 농업경영비는 지속해서 오르고 있어 평균 농업소득은 지난해 기준 1070만원에 불과한 형편이다. 이에 더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작황이 나빠지고 있고, 지역소멸의 영향으로 정주여건이 악화되면서 농사짓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발행인 : 기후변화와 지역소멸의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 여름만해도 최장의 열대야와 폭염으로 고통을 받았다. 지역소멸은 더 심각해 농촌에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정부에서 농촌소멸을 막기 위해 농촌공간정비 예산을 1조5400억원으로 확대하고, 청년유입을 확대하기 위해 농촌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자금, 주거, 농지지원 등 정착자금 지원도 1100억원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 박사 : 기후변화는 단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지구촌의 문제이다. 이상기후는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인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온도상승을 1.5°C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43%를 감축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는데 쉽지 않은 목표지만 지키지 못할 경우 엄청난 재앙을 각오해야 한다. 
지역소멸과 관련해서는 이미 지난해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의 51.8%인 118개 시군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고, 읍면동 단위로 보면 소멸위험지역이 1951개로 전체의 54.5%를 차지한다. 결국 우리 국토의 절반이 소멸된다는 뜻이다.


발행인 : 얼마전 4차 산업혁명의 광풍이 불면서 스마트농업, 디지털 농업이 우리 농업의 한계를 일시에 해결해 줄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농업으로 발전해 가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고 극복해야 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디지털트윈, 가상현실(AR), 메타버스, 로봇 등 무수한 요소기술의 발전이 뒤따라야 하는데 융복합하고 현장에 접목하는데는 현실적인 괴리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단적이 예로 온실내에 온·습도, 개폐, 환기, 관수 등에 스마트기술을 접목해 통합제어시스템을 적용했더니 각각의 설비업체가 제공하는 기계장치의 어느 부분에 에러가 발생했는지 확인하는 데만 몇 배의 A/S 비용이 발생하고 책임 소재마저 불분명해 농업인과의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김 박사 :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농업은 서두르면 안된다. 앞으로 100년의 세월을 두고 다듬고 고도화시켜 완성해 나가는 것이지 아직 제대로 된 데이터와 요소기술도 마련되지 않았는데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국토의 25%가 해수면 아래에 있는 저지대 국가로 좁은 영토, 척박한 토양, 기후 등의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고 최첨단 농법으로 원예, 육류, 유제품, 채소, 과일 등 세계 3위의 농산물 수출 강국으로 발전했다. 농식품 수출액만 우리의 10배가 넘고 농가소득은 약 1억원 정도로 우리와 비교가 안된다. 네덜란드 농업발전의 원동력은 정부-연구-민간 간의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농민들의 지식공동체인 ‘지식써클(Kenniskring)’을 활성화해 애그테크와 디지털농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협력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결국 우리 농업의 디지털 전환도 필요성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인식전환과 정부-연구-민간 간의 협력체계 구축이 바탕이 돼야 가능할 것이다. 쉽지 않은 설명이지만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다가가야 한다.


발행인 : 스마트농업의 경제성과 함께 곰곰이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자연순환농업·친환경농업과의 효용성이다. 생산성과 안전성은 상호모순적일 수밖에 없는 생태적 한계가 있는데 이를 보완하고 조화를 이루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김 박사 : 농업의 핵심은 지속 가능성이다. 농업의 생산성만을 염두에 둔다면 농업생태계 파괴와 환경교란으로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ICT와 정밀농업을 연계한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순환농업에 대한 노력이 중요하다. 토양조사를 기반으로 한 비료사용 처방서와 가축분뇨 퇴액비 투입 등을 ICT와 연계한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순환농업으로 실천해야 한다. 생태계 환경을 고려하고 농산물의 안전성과 삶의 질을 염두에 둔 재생농업은 토양개선을 통해 생산성 제고와 탄소배출 저감, 생물다양성 보전 등 농업생태계의 환경을 복원하는 농업으로 스마트농업과의 대척점이 아니라 궁극에 도달해야 할 최종 지향점이다.
네덜란드나 미국 등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컨테이너 수직농장으로 중동에 진출하고 있는 엔씽이나 국내 최대 식물공장인 팜에이트, 세계 최초 저온 실내농장에서 딸기 대량생산에 성공한 터널형 식물공장인 넥스트온, 트롤리 컨베이어식 순환재배 시스템을 개발한 코리아팜 등은 디지털농업을 잘 접목하고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발행인 : 디지털 농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한다. 그러나 현실의 농산업 업체 대부분은 발등의 불이 급하다. 미래에 대한 대비도 해야겠지만 지금 당장의 생존이 시급한 입장에서는 긴급지원, 경영안정화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맞춤형 정책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미래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정책설계도 중요하지만 현실 경기를 고려한 정책입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김 박사 : 공감한다. 정책입안자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검토할 수 있는 것이 내수진작을 위한 정부차원의 사업시행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문제는 재원이다. 정책사업은 예산마련이 필요한데 산업간의 균형과 형평성이 있기 때문에 예산확보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 다음 고려할 수 있는 경영자금 지원이나 금리인하 등의 금융 정책지원들을 고려할 수 있지만 재정당국과의 합의를 끌어내야 하고 자칫 금융부실로 이어질 경우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산업체 입장에서도 땜질식의 정책지원이나 금융지원 보다는 사업의 영속성을 고려한 신기술 개발과 신기술 사업화를 위한 기술금융을 활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발행인 : 수출둔화와 내수부진, 농업기술 선진국과의 기술격차, 중국과의 규모경쟁 등 우리 농산업의 현주소가 암울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지금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이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고, 품질력을 앞세운 강소기업들 발굴도 이뤄지고 있는 만큼 정책적인 배려에 실날같은 기대를 걸어봐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김 박사 : 때로는 생각을 반대로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가 있다. 좋아하는 글귀 중에 ‘남들과 다르고 보고(Think Different), 남들이 보지 못한 것으로 보고(Think Another), 긍정적으로 보고(Think Positive)’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 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가장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정리=김은지 기자>

◉ 김창길 박사는--------

△ 대통령소속 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촌분과위원장(2023~현재)
△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2023~현재)
△ 서울대학교 특임교수(2019~2022)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2016~2019)
△ 한국농업경제학회 회장(2018)
△ OECD JWPAE 의장(2014~2017)
△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 농업경제학 박사(1997)

김은지 기자 stylett77@alnews.co.kr

<저작권자 © 농축산기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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